RS125 부품들 찾아보다가, RAVE 에탁밸브 부품을 뭘 살까 하고 봤는데 RAVE2라는걸 달았다는 이야기가 좀 있어 더 찾아보았습니다.
우선 RS125에 들어가는 2행정 엔진을 위한 변명을 하자면, 2행정 디젤은 요새도 엄청 잘 쓰입니다.
2행정 엔진 문제가 설계점이 아주 좁아서 설계 회전수가 아니면 혼합기를 질질 버리는 연비랑 특정 회전수에서만 출력이 제대로 나온다는 점인데(대신 설계 회전수가 되면 출력을 내느라 연료를 하도 잘 태워서 연비가 낮아짐) , 디젤엔진은 연소실에 공기만 흡입하니 혼합기가 새지도 않고, 배기는 밸브로 여닫으니 출력도 고르게 되겠습니다. 게다가 2행정 가솔린 엔진의 떨어지는 내구성의 원인이기도 한 크랭크실로 혼합기가 들어가는것도 2행정 디젤 구조에서는 해당이 없으니 크랭크축 윤활도 아주 잘 되겠지요. 여러 모로 적절한 편입니다.
사실 2행정 디젤은 4행정 엔진 연소실을 잡아 늘린 듯한 설계라서 엔진 크기가 콤팻트하지도 않고, 2행정 가솔린이랑 같은 뿌리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여하튼 2행정 하면 썩은 표정을 지으며 못볼것을 본듯한 반응을 보이는 작태는 지양해야 하겠습니다. 따라서 2행정 가솔린만 혐오해주세요.
이제 2행정 가솔린 기관 얘기.
잘 알려진대로 2행정 엔진은 4행정 엔진같이 크랭크에 연결돼서 연소실을 여닫는 독립된 흡기/배기밸브가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옛날 2행정은 로터리 디스크 밸브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크랭크실을 여는거지 연소실을 여닫는건 아닙니다. 그리고 소기, 배기는 그냥 실린더 벽면에 소기구, 배기구가 나 있는데 피스톤이 내려가면서 구명이 열리는 때 이뤄집니다. 그래서 2T 엔진 피스톤은 실린더 측면의 구멍을 잘 막느라 스커트가 위아래로 길게 되어있습니다. 4행정 엔진같이 납작한게 아니라. 그리고 피스톤 링도 함부로 돌아가지 않게 고정됩니다. 배기구에 링 모서리가 걸리면 안되니까.
여튼, 이런 뛰어난 설계의 2행정 엔진에서 문제는 배기밸브의 개방인데, 위 그림에서 보이는 것처럼 녹색 가스 - 즉 연료와 공기의 혼합기- 가 회색의 배기가스를 따라서 같이 빠져나갔다가, 챔버의 좁아지는 면에서 발생하는 파동으로 다시 연소실로 들어갑니다. 그럼 연소실 내에 혼합기가 더 몰리니 한번의 연소에서 더 많은 혼합기를 태워 출력이 증가합니다. 4행정 디젤/가솔린 엔진에서는 과급기가 흡기구에 달려서 더 많은 공기나 혼합기를 불어넣는데, 2T에서는 이걸 배기에 연결된 챔버로 한다고 보면 됩니다. 2T꾸러기들이 입에 달고 사는 파워밴드가 바로 이것이지요.
다만 파동의 속도는 음속으로 고정이고(고온의 배기가스라서 통상적인 음속보다는 좀 더 빠르겠지만), 피스톤의 속도는 엔진 회전수 따라 변하니, 저 반사파가 배기구에 딱 들어오는 나이스 타이밍이 아니면 (저속에서) 반사파가 연소실을 훑고 혼합기를 끌고 다시 나가버리거나 (고속에서) 반사파가 오기 전에 피스톤이 먼저 올라가 배기구를 막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어쨌거나 혼합기를 연소실에 꽉꽉 채워넣는다는 원래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니, 최적 회전수가 아니면 성능도 안나오고 연료는 연료대로 공기중에 버리게 됩니다.
각설, 파워밴드 말고도 배기가 시작되는 크랭크축의 각도(위상)이 정해져있다는 점에서 2행정 엔진이 갖는 문제는, 고속에서는 연소실의 가스를 빨리 빼줘야 새 혼합기가 들어올 수 있고, 저속에서는 연소과정에서 증가한 연소실 압력을 조금이라도 더 끌고가야한다는 두가지 상반된 요구사항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건 4행정 가솔린 엔진에서도 같은데, 캠 단면 형상에 따라 흡기-배기 개방의 위상이 정해져서 정상작동하는 회전역이 정해져있어서 최적 회전수 영역은 엔진 세팅때 정해집니다. 이걸 어떻게 대응하려는게 가변밸브 타이밍, 혼다의 브이텍같은 건데, 자동차에서는 많이 쓰이는걸로 압니다. 스즈키 이륜차는 VC엔진이었나.. 본적은 없습니다만. 듣기로는 오도바이용 브이텍은 밸브 개방 타이밍이 아니라 개방 밸브 개수만 바뀌는거고(확인된 바 업ㅂ음), 배기음 바뀌고 연비 나빠지는거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무쓸모한 짓거리라고 하던데.
이제 가변밸브와 2행정 엔진.
그래서 배기구에 뭔가 장치를 해서 고속에서는 배기구가 더 이르게 열리고 저속에서는 늦게 열리도록 가변 장치를 달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도바이 제조사들이 하기 시작했습니다. 혼다 RC밸브, 스즈키 AETC, 야마하 YPVS, 가와사키 KIPS같은게 그런 장치들인데, 구동법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배기구가 열리는 위상을 바꾸는 점에서는 동일합니다. 그리고 대망의 로택스엔진. Rotax Automatic Valve Exhaust)라는게 배기구에 들어가서 저속에서 닫히고 고속에서 열리게 되어있습니다.
야마하 YPVS. 1번이 배기밸브가 많이 열린 고속 대응으로, 오른쪽의 회전수-출력 곡선 최대점이 우상향한 대신 저속 출력이 감소합니다. 3번의 저속 대응 위치에서는 반대.
혼다 Revolution control 밸브. 서보로 배기구를 막았다 열었다 하는데... RC밸브 모듈은 하세가와 HONDA RS250W 프라모델 만들면 엔진에 붙이게 되어있는데 붙이기가 더럽게 어려운 부품입니다. 생각해보니 또 화가 나네. 순접으로 대충 메꿔가지고.
가와사키는 옆에 배기가스 파동이 쉬었다 가는 방을 열고닫는 개념입니다. 왜 굳이 저렇게.. 싶은데, 가와사키 하는 짓이 다 그렇지.
로택스 RAVE. 파란색 혓바닥이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방식인데, 스즈키도 유사하다고 합니다.
로택스 RAVE는 스프링으로 항상 혓바닥을 내밀게 되어 있고, 고회전이 되면 혓바닥을 클러치처럼 케이블로 당겨서 집어넣는 방식입니다. 이걸 에탁밸브라고도 부르는(왜 에탁인지는 모르겠지만) RAVE의 케이블을 당기는 솔레노이드나 그 명령을 내리는 시스템(CDI나 엔진 회전수 센서 등)가 죽으면 혓바닥이 항상 닫혀있는 저속 영역에 대응되니 고속 성능이 안나오게 됩니다. 파워밴드가 안터진것으로 느낀다는 말. 반대로 열린채로 고착이 되면 저속이 더 빌빌대겠습니다.
정상적인 연소를 기대할 수 없는 2행정 가솔린의 배기가스, 심지어 촉매도 안거친 쌩 배기가스가 매일 지나는 데에 놓인 밸브가 버텨야 얼마나 버틸까 싶지요. BMW EGR같이 카본 쌓여서 맛이 가는건 정해진 운명이라서. 그리고 출력제한 11kW 버전의 RS는 아예 에탁이 닫혀있도록 고정되어 있습니다. 구동부가 아예 없어요.
참고로 에탁제어는 On/Off밖에 없습니다. 중간값이 없어요. 아주 저속에서는 열리고, 중속, 저속에서는 닫히고, 고속에서는 열리는 로직입니다. 몇 rpm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로택스 122라도 아마 적용된 차종마다 다른듯 합니다. 대충 8000 rpm 전후인듯. 회전수에 비례해서 열리고 닫혀서 중간단계가 있으면 좋겠지만, 솔레노이드 밸브가 그정도는 아니겠지요.
저 에탁이 맛이 가는건 모든 RS의 숙명인지라, 사람들이 다른 방법들을 찾아보았습니다. 그중에 로택스 127엔진용 RAVE가 좀 다른 구성이라서 이걸 달아본 사람들이 제법 나오길래, 그 이야기를 소개할까 합니다. 로택스 122, 123에 이어서 127이라니. 아마도 카트 엔진이겠지만 뭐에 쓰는지는 모르겠습니다.
Aprilia RS 125: Pneumatic RAVE2 Power Valve | Hartrusion
주요 역사는
- 이륜차용 로택스 127에 RAVE2라는게 달려서 나오다가, 컨트롤 정확도가 안나와서(회전수에 맞춰 제대로 열리지 않는 편이라 함) 지금의 전기신호로 여닫는 RAVE가 적용됨; 카트에서는 여전히 잘 씀.
생긴건 아래와 같습니다. 앞의 RAVE에 비해 구동부가 좀 큰데, 작동원리때문에 그렇습니다. 대신 케이블이나 솔레노이드는 빠져서 더 간단한 구성이고, 중간 개방도 정밀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가능합니다.
저 검은색 케이스 안에는 다이어프램이 들었고, 배기가스 압력으로 누르게 되어있습니다. 따라서 배기압이 높아지면(고회전) 다이어프램이 눌려서 RAVE가 뒤로 밀려 배기가 이르게 이뤄지게 합니다. 그럼, 저회전에서 스로틀을 팍 열면? 그때도 배기압이 높아지면 RAVE가 열립니다. 중간 회전수에서는 반쯤 열릴수도 있겠지요.
빨간 다이얼은 RAVE가 개방되기 시작하는 엔진 회전수를 조정하는건데, 서스펜션 프리로드 조정과 같습니다. 스프링에 걸리는 장력을 미리 가해줘서 더 높은 압력에서 밸브가 열리도록 합니다.
이런 RAVE2는 구동부가 간단하고 다양한 회전수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견 좋아 보이나, 저 글을 쓴 사람은 좀 부정적인 의견을 냅니다. 딱히 정확하지도(반응성이 좋지도) 않고, 배기가스가 닿는데 있는 다이어프램이 내구성이 나오기는 할지도 모르겠고, 정비성도 안좋고. 중간단계로 열린 RAVE가 배기에 정상적인 영향을 줄지도 모르겠고 (애초에 설계시 고려된 조건이 아니니). 구동부가 가벼워지는건 장점이긴 하겠습니다만.
참고로 RAVE2 장착 후 개방상태 확인을 위한 시스템을 추가한 사례. RS125랑 다른 2T 호작질을 열심히 하는 일본 아재인데, 꽤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여튼, RAVE2를 장착하려면 RAVE쪽에 배기가스가 다이어프램으로 가는 구멍을 하나 더 뚫어야 한다고 합니다. 되는대로 뚫지 말고, 조심해서. 애프터마켓 실린더 중에는 미리 구멍을 뚫어 나오는 것들도 있지요.
그래서 결론은,
그냥 솔레노이드 개방식 RAVE를 쓰는게 좋겠다. 그럼 사야할게... 케이블, 솔레노이드, 밸브 씰 등. 아마도 RAVE2가 더 싸긴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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