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이륜차 모형 블로그이지만 이륜차/모형으로 나누자면 저는 이륜차가 우선하는 쪽입니다. 그래서 모형 자체에 대해서는 할 얘기가 별로 없습니다. 모형의 주류를 이루는 (것으로 추정되는) 건프라나, 밀리터리나, 자동차 등에 비하면 이륜차는 제품 종류도 적고 관련된 정보도 많지 않습니다. 저는 이륜차 모형 말고 딴 카테고리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다른 모형에 비하면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는 좀 그렇습니다. 뭐 이륜차 모형을 하겠다면 하는거죠.

 

   이 블로그에서는 전적으로 주인장의 개인적 취향을 따라 풀 카울링 WGP 프로토타입 바이크의 모형을 다루지만, 다른 좋은 이륜차 카테고리도 많습니다. 할리나 네이키드나 뭐 그런 종류도 있지요. 실제 이륜차도 그렇지 않습니까. 예전같으면 오토바이다 하면 죄다 알차였겠지만, 요샌 꼭 슈퍼스포츠만 바이크라고 하는건 아니지요. 오히려 다른 카테고리들이 너무 잘나가다 보니 슈퍼스포츠 쪽이 아예 죽어버린 것 같아서 꼭 좋지만은 않네요. 믿을 수 없겠지만 전에는 알차들은 2년에 한번씩 풀 모델 체인지를 했다구요. 가격도 그에 맞춰 쑥쑥 올랐습니다.

 

2004년과 2018년의 CBR1000RR 'Fireblade'. 14년간의 기술의 진보는 1000만원의 가격 상승과 함께!

 

   왜 WGP나 Moto GP 모델링이냐 하면, 멋있잖아요. 데칼도 알록달록 많이 붙고요, 카울도 붙였다 떼었다 해서 속도 보이기 좋지요. 사진 자료도 많은 편이구요. 이제사 이야기하는 거지만, 블로그 이름은 WGP이지만 사실 2002년 이후 MotoGP로 이름을 바꾼 뒤의 바이크도 다룹니다. WGP만 하면 키트가 구할 수 있는게 거의 없어요. 저는 유선형의 뚱뚱한 뒤카울을 좋아하는데 1980년대 WGP나 2000년대 MotoGP는 그런게 없어서 좀 아쉽습니다.

 

이제는 WGP 키트는 이거 말고는 1980년대 이륜차들 뿐...

 

   서론이 길었네요. WGP 이륜차(검색의 용이성을 위해 '바이크 프라모델'이라는 단어도 한번씩 쓰겠습니다.)를 만드려면 뭐부터 해야할지를 이야기해봅시다. 당연히 키트를 하나 사시고, 그에 맞는 도료도 사시고, 저같이 모형을 처음 시작했으면 공구도 사야 할겁니다. 소소하게 남들은 몰라보더라도 디테일 업에 대한 욕심도 있을겁니다. 취미에 큰 돈 쓰기는 좀 그러니 필요한 것들만 사야겠지요.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정리해봅시다.

 

   그리고 바이크의 전체적인 제작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래 글을 추천합니다. 내용을 잘 새겨두시고 이미지 트레이닝 몇번 하시면 제작 중 삽질이 줄어듭니다. 제가 여기서 하는 이야기도 저 글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 같습니다.

https://blog.naver.com/dydrjs02/10130122014  

 

   인터넷으로 아무 사이트나 들어가서 바이크 모형을 사봅시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첫 키트는 Tamiya의 'Ducati Desmosedici GP04'입니다. Ducati가 MotoGP에 들어왔을때의 초기작이지요.

https://www.tamiya.com/english/products/14101ducati/index.htm 

 

2004년 이래로 manufacturer 3등만 몇년짼지..

 

 

   왜 이 키트를 추천하냐면요, 나온지 오래돼서 쌉니다. 색깔도 단색이라서 락카 스프레이도도 Bright red 한 종류만 사면 되지요. 그리고 요새 GP 바이크들과는 달리, 카울이 차체의 대부분을 덮어서 속은 어지간히 망쳐도 바깥은 멀끔하게 나오죠. 원판의 담배회사 로고가 없어서 좀 휑하기는 한데, 원체 생긴게 예뻐서 그정도는 괜찮습니다. 일반적인 바이크 모델링의 문법을 기반으로 하지만, 만드는 과정에도 변주가 많아서 재밌습니다. 프레임에 뒤카울을 장착하는 방식이나, 5개로 나뉜 꼬리 카울 같은 부분이 말이지요.

 

 

프레임에 너트를 박아서 카울을 조립하면...

 

볼트를 하나 잃어버렸네요.

 

 

빠데질을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은 뒤카울 구성. 굴곡이 심해서 데칼 올리기도 좀 그래요.

 

   모형을 처음 하는 분이면 바이크 모형을 살 때 공구도 같이 사보도록 합시다. 도료는 키트의 색상 정보가 있다면 같이 사도 되고, 나중에 키트 설명서 보고서 사도 됩니다. 어차피 처음에 할 일은 색칠보다는 부품 다듬기와 맞추기일테니 도색을 서두를 필요는 없어요.

 

   칼은 보통 사무용 커터칼을 써도 됩니다. 아니면 아트나이프라는걸 사용하게 되는데, 더 날카롭고 손잡이가 쥐기 좋게 되어 있지요. 아트나이프가 좋은 점은 둥근날이 있어서 다양한 작업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커터칼로 못할 건 아닙니다. 제가 사용하는 아래 사진의 타미야 제품은 OLFA라는 회사 제품에 로고만 붙인 것 같으니 아무거나 삽시다. 근데 저건 설계 미스인지 제가 날을 잘못 끼워서인지 뚜껑을 끼울 때마다 날이 뚜껑을 긁어요.

 

OLFA(노란색 손잡이)와 타미야(검은색 손잡이) 아트나이프. 칼날은 저렇게 사선, 곡선, 끌 모양의 3종을 주는데, OLFA는 여분 날을 2개씩, 타미야는 여분 칼날을 2개씩 줍니다.

 

   칼을 사용하는데 있어 아주아주 중요한건 골무입니다. 대개는 부품을 손에 쥐고 칼로 슬슬 다듬게 되는데, 엄지손가락이 자주 칼침을 맞게 됩니다. 이게 힘을 줘서 다듬다가 칼이 빗나가서 손에 맞는 경우는 크게 다칠 수 있으니, 칼받이가 되는 손가락을 보호할 필요가 있지요. 서류 넘기는 용도의 실리콘 골무를 문방구에서 파니 하나 사두도록 합시다. 저희 동네에서는 오피스디포에서 두개 한세트로 파네요. 인터넷에서 파는지는 안찾아봐서 모르겠습니다.

 

따봉

 

   그리고 니퍼는 모형용으로 하나 사야됩니다. 손톱깎이를 써도 되기는 하는데, 작은 부품은 튕겨나가서 없어지기도 하고, 잘라낸 부분이 튀어나와있게 되어 다듬는데 시간이 더 걸립니다. 명필이나 붓을 가리지 않는 법입니다. 저같은 평민은 템빨을 좀 받는게 좋지요.

 

 

이렇게 평평한 면을 부품 쪽으로 해서 잘라냅니다.

 

 

   보통 프라모델용 접착제로는 수지/무수지 접착제를 씁니다. 둘 다 찍어 바르는 타입이고, 플라스틱을 녹여서 한몸으로 만들어줍니다. 수지 접착제는 접착제 방울이 크게 맺히고 더 늦게 마릅니다. 찍어 바르는 붓도 더 크지요. 무수지는 틈에 흘려넣으면 모세관 현상으로 쫙쫙 퍼지는 식인데 수지보다 빨리 마릅니다, 저같은 경우는 수지는 접합선이 긴 큰 부품에, 무수지는 작은 부품에 씁니다. 결론은 둘 다 쓸모가 있다는 거지요. 그래도 저보고 하나만 쓰라면 수지 접착제를 고르겠습니다. 그리고 '리모넨 수지/무수지 접착제'라는 것도 있는데, 향이 좋습니다. 그래도 바탕은 플라스틱 접착제이니 저거 믿고 환기가 안되는데에서 작업하지는 않는 것이 좋겠지요. 리모넨 여부는 제 생각에는 접착력에는 별 차이 없는 것 같습니다.

 

타미야 수지, 무수지, 리모넨 무수지 접착제

 

   다른 모형들도 비슷하겠지만, 꼭 플라스틱끼리만 붙이지는 않습니다. 별매로 파는 금속제 에칭 부품이 있을 수도 있고, 윈드스크린이나 깜빡이/브레이크 등같은 부분의 클리어 부품도 있지요. 그래서 순간접착제랑 목공용 풀을 추가로 삽시다. 둘 다 많이 쓰지는 않지만, 앞의 플라스틱 접착제로는 못할 일을 해줍니다.

 

 

목공풀, 순간접착제

 

   작은 부품들이 많으니 핀셋도 하나 준비합니다. 끝이 뾰족한게 좋습니다. 끝이 굽은 것도 있는데 직선이나 굽은거나 쓰는데는 별 차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냥 두면 입을 다물고 있는 역핀셋은 있어도 쓸 일이 별로 없지요. 도색 때 이야기하겠지만 그냥 클립달린 작대기가 더 유용합니다.

 

직선, 곡선 끝 핀셋과 역핀셋

 

   마지막으로 퍼티와 사포를 삽시다. 바이크 모델은 리어카울과 연료통의 형상이 복잡하다 보니 여러 부품으로 나뉩니다. 이걸 붙여서 매끈하게 만들어줘야 완성품에서 티가 안나지요. 퍼티와 사포는 이런 부품들에서 보이는 접합선을 다듬는데 필수입니다. 조립 중에는 400방(퍼티 덩어리 갈아낼 때, 타이어 표면처리), 600방(접합선 수정), 1000방(조립 마무리) 정도를 자주 씁니다. 그리고 사포는 종이타입이랑 스틱타입, 스펀지타입이 있는데, 정밀한 작업에는 종이타입 접어서 하는게 좋고, 면을 갈아낼 때에는 스틱이나 스펀지사포를 잘라서 씁니다. 추천하는 조합은 400-800방 종이 사포랑 800이나 1000방 스틱사포입니다. 스틱사포는 한개로 바이크 한대 정도 만들 수 있습니다. 퍼티는 접합선의 단차나 표면 수축을 메꾸는데 씁니다. 흰 퍼티는 대개 카울이나 연료탱크에, 회색은 스윙암에 쓰는데, 스윙암은 대개 도색을 두껍게 덮을 수 있으니 꼭 회색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흰색만 사도 됩니다. 퍼티를 락카 신나에 희석해 쓰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그냥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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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7 사포 관련 내용을 수정합니다. 그냥 사포를 600방, 1200방, 2000방 사서 쓰는데 (모형용 아니고) 값도 싸고 그냥 막 쓰기 좋네요. 꼭 스펀지 사포 아니더라도 사포 접어서 쓰면 충분하니 구태여 모형용 사포 사느라 돈 많이 쓰지 마세요.

 

흰색/회색 퍼티, 종이 사포, 스틱 사포, 스펀지 사포

 

   이제 장바구니를 채우고 배송을 기다립니다. 저 정도면 배송료가 무료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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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성실하게 관리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경주용 이륜차 모형에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이륜차의 배경 이야기도요.

 

에어브러쉬로 대표되는 본격적인 모형질을 위한 환경을 갖출 상황은 아닌 점을 알아두셨으면 좋겠습니다. 눈 돌아가는 작례를 낼 경험과 능력과 환경이 안되니, 오히려 입문자를 위한 가이드로는 더 적합한 면이 있겠습니다. 아마도 실패 사례의 반면교사로 삼을 내용이 더 많을 것 같네요.

 

- 2020년 12월 30일 수정

어쩌다 보니 모형보다 실물 이륜차 얘기가 더 많아졌습니다. 화석 두카티, BMW 얘기를 좀 하고 있습니다.

모형 만들 시간도 없고 락카칠할 작업 환경이 안나와서..

 

- 2021년 7월 16일 수정

화석 두카티, 아프릴리아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모형은 한참 만들다가 1:1 모형급인 RS125를 한대 업어오는 바람에 연기중인데..

 

- 2021년 11월 2일 수정

몬스터 695 세팅 얘기랑 RS125 리스토어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초심을 완전 잃었네요. 카울 도색만 남은 YZR-M1이랑 RS250RW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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